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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작은 어떻게 코트를 되찾았을까
    잡담 2018. 12. 13. 22:40
     정말 이제 후속 나올 때까지 네버웨어 포스팅은 끝이야. 혼자 많이 떠들어서 더 할 말도 없다. 이번 잡담의 주제는 카라바스 후작님의 외전 How the marquis got his coat back 입니다.

     닐 게이먼은 이 외전을 2002년에 처음 쓰다가 중단하셨다고 한다. 흑흑 저로서는 문단 하나 단어 하나에 목이 마른데 어케 중단하실 수가 있어욧ㅠ 하지만 결론적으로 써주셨으니 정말 감사.. 압도적 감사...!

     하..암튼 저는 외전을 보면서 카라바스 후작님 따먹을 궁리만 떠올렸습니다... 생각보다 코트가 후작님한테 엄청 중요한 존재더라고요. 어린 후작님이 그 운명의 코트를 입고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기 때문에 코트에 갖는 감정이 남다름. 코트에 집착하고 코트가 없으면 의기소침해지고 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떠오르지 않음. 자기가 하찮다고 얕봤던, 아무런 계획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아진 것 같다고 자괴감까지 느낌. 뭔 일이 일어나건 다 코트가 없는 탓이고 코트만 있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함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약점이 코트란 말이잖아요? 휴..코트 벗기고 더티톡하면..아주 좋겠고요...코트를 벗으면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볼품없는 쓰레기라고 졸라 깎아내리고 싶다(존나 재활용 불가). 후작님이 코트를 입고 있는 상태였으면 그런 말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유들유들 받아넘기겠지. 하지만 벗겨 놓으면 갑옷과도 같았던 코트 뒤, 알쏭달쏭하고 과장된 행동 뒤, 카라바스 후작이라는 캐릭터 뒤로 감춰왔던 진짜 본모습이 드러날 거 아니야. 그러지 않으려 해도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불안감에 갈피를 못 잡고 저도 모르게 가스라이팅당하는 후작님 보고 싶은데 이건 캐붕 개오지는듯요.
     하여간 후작님 따먹고 다 끝나면 알몸에다 코트만 던져주고 싶고... 아니면 후작님 보는 앞에서 찢어버리고도 싶고 그래요.. 이러다가 도어한테 걸려서 아버지 포티코 경이 어린 시절 보여준 오렌지처럼 겉과 속이 뒤집힐 듯;

     어쨌든 다시 외전 얘기로 돌아와서, 하 시발...이러면 안되는데 크룹이랑 밴더마가 해놓은 짓거리의 영향에서 아직 다 벗어나지 못한 후작님 볼 때마다 너무 좋음. 빻취향이라 죄송합니다..

     그날은 카라바스 후작의 인생에서 최악의 주가 지난 뒤 처음 시장이 열린 날로, 상황은 더 좋아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이제 더 이상 그는 죽은 상태가 아니었고 목의 상처도 빠르게 낫고 있었다. 목에서 거친 소리가 나긴 했지만 꽤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확실히 긍정적인 면을 꼽자면 이 정도였다.

     더니킨은 돌처럼 차가운 얼굴로 후작을 쏘아봤다. 그러더니 손가락 하나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그런 몸짓을 보자 후작은 오싹 소름이 끼쳤다. 더니킨의 몸짓이 바라던 효과를 거둔 것이다.

     요리는 괜찮았다. 그는 요리를 씹어서 삼켰다. 하지만 삼킬 때 목구멍이 아팠다.

     코끼리 영주의 명령에 카라바스 후작은 아주 크고 길게 비명을 내질렀다. 최근 목을 다친 탓에 비명을 지르기가 힘들었지만 후작은 최대한 열심히 애처롭게 비명을 질렀다.

     이 위에 더니킨-카라바스 씬 라디오 드라마에서도 진짜 개웃기고 개꼴렷다고욬ㅋㅋㅋㅋㅋㅋㅋ 값을 치를 테니 코트 돌려달라고, 아님 산 사람이라도 알려달라고 후작이 끈질기게 말 거니까 더니킨이ㅋㅋㅋㅋㅋㅋㅋ

    "제발, 이걸 갖고 싶을 거잖나."
    "나리가 다시 목을 베이고 싶은 것처럼 말입니까?"
    (쉭 소리를 내며 목을 긋는 시늉)
    "방금 그 제스쳐로 말하자면, 끔찍하게 형편없었네."
    "크룹과 밴더마야 사라졌을지도 모르지요. 후작 나리의 목도 다 나을 테고요. 하지만 칼은 어디에나 있죠. 어두운 사업에 쓰이는 날카로운 칼들이 제 하수구에 즐비하거든요. 여전히 칼날이 아주 멋지답니다. 여기, 이것처럼요."
    (칼 뽑는 소리)
    "밴더마의 칼이었는데, 그건."
    "그놈이 간 곳에서는 더 이상 필요없겠지요. 좋은 저녁 되십시오, 후작 나리."

     시바..나중에 영주가 네 목숨이 상자 밖에 나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느니 말하는 장면도 그렇고 더니킨도 그렇고 후작님이 크룹이랑 밴더마 손에 죽었단 소문이 글케 쫙 퍼졌단 말인가 개꼴리게??????

     그리고 코끼리 영주랑 얘기할 때 말인데 후작님이 빅벤 시계탑에 벌거벗은 채 매달렸었다고요???? 뭔 짓을 했는데 그런 좋은 꼴을..나도 볼래..보여줘..

     아무튼 코끼리 영주는 하수가 쏟아져들어오는 방 안에 후작님을 혼자 내버려둔 채 가버림. 손목의 밧줄을 끊으려는 시도가 실패하자 후작님은 체념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데, 바로 그때 후작님의 형 페러그린이 등장한다. 형도 후작님과 마찬가지로 가짜 이름 지어서 다님ㅋㅋㅋ 하지만 가짜 이름이라고 말하긴 그렇지. 우리가 갖고 있는 이름은 거의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모 마음대로 지어진 이름인데, 이 형제는 자기가 원하고 자기가 선택한 이름을 쓰니까 오히려 이 이름이 진짜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형님은 이 짧은 외전 속에서 후작님을 벌써 두 번이나 구해줍니다 따흐흑..이에 대한 저의 감정은 매우 복합적임. 처음에 책만 읽고선 왜 형이 갑툭튀했는지 영 탐탁지 않았거든요. 전 자기 말고는 그 누구도 의지하지 않는, 오롯이 혼자 선 후작을 사랑한단 말이에요ㅠ 하지만 이 외전에서 후작님은 의젓한 형 앞에서 하나하나 도움받는 꼬마 동생이 돼버려ㅠ 이래서 후작님의 개인적인 과거사는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생각은 라디오 드라마 듣고 나니 좀 바뀌게 되는데..동생 우쭈쭈하면서 리틀 부라더~~~하는 페러그린이 시바 넘나 다정하고 오졋기 때문이다. 시발...형님...왜 쌍으로 잔망스러운 거예요 유전이신지? 동생 생각하는 개썅벤츠 페레그린 존나 듬직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페러그린 없었으면 카라바스 진작에 죽었다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그래서 카라바스한테도 맹목적으로 사랑과 믿음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읍니다.

     다시 외전의 얘기를 마저 하겠음. 셰퍼드 부시에 가긴 가야 하는데, 코트도 없지 계획도 없지 멘붕한 후작님은 급기야 혼자 있다는 사실에 겁을 먹어버리고(개꼴), 그런 감정은 양치기들이 후작님을 손쉽게 주무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진짜 실화냐고...바로 '그' 카라바스 후작이 브레인워싱당해 한 마리 유순한 양(ㄹㅇ 길 잃은 양 stray lamb)이 돼선 시발...,,, 자기가 세뇌당한 줄도 모르고.......................시키면 시키는대로 순순히 하고 있다니 진짜 개좋은 거 아니냐............................................. 말줄임표에는 억누른 감정들이 꾹꾹 담겨있습니다..................
     세뇌당해서 높낮이없이 소울리스한 목소리 개꼴.. 그런 영혼 없는 목소리로 마스터라고 부르는데 시발;; 땀땀;;;;;;; 후작이 누군가를 마스터라고 부른다고????????? 살려고 내뱉는 아첨이 아니라 그 순간에는 진짜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마스터라고 부른 거잖아... 정말 전 너무 행복했어요..........

     그리고 입에 테이프 붙었을 때,

     그 사람들은 후작의 결박된 손을 풀어 주었지만 입에 붙은 테이프는 그대로 놔뒀다. 하지만 후작은 개의치 않았다. 할 말은 하나도 없었다.

     당장 뒤지게 생겼을 때에도 이슬링턴 크룹 밴더마한테 쫑알쫑알 입 털던 인간이..할말이 없어..? 세뇌를 당해도 단단히 당했자나 개대꼴이라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진짜 대꼴인 부분은 따로 있다.
     
     안에서 어떤 목소리가 소리쳤다.
    "들어와!"
     그 소리에 후작은 거의 성적인 전율을 느꼈다. 그 목소리. 그것은 바로 후작이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 왔던 사람의 목소리였다.
     A voice called "Enter!" and the Marquis felt a thrill that was almost sexual. That voice. That was the voice of someone the Marquis had spent his whole life wanting to please.

    "페러그린?"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고, 후작은 그의 목소리에 전율이 일었다.
     "Peregrine?" he said at last, and the Marquis thrilled at his voice.

     하 진자,,,아주 양치기한테 잘 길들여진 순종적인 양이 됐다 그쵸? 완전 길들여졌다고요.. 양치기가 코트 안 입고 있어서 정신 못 차렸으면 존나..말 한 마디 듣고 쌌겠다? 묘사가 졸라 그런걸요;; 성적인 전율이라잖아 진자.... 이 시점에서 페러그린 괴롭히겠다고 동생을 졸라리 굴려줘야 한다.

    "하지만 네 녀석이 마지막으로 보는 광경이 네 녀석 동생이 우리 무리 가운데 하나가 되어 너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도구로 쓰이는 모습이라니, 내가 얼마나 기쁠지 생각해 봐."

     양치기가 자기 입맛대로 후작님 따먹고 아무것도 모르는 후작님은 기꺼이, 기쁘게, 고분고분 말 들어야 하며 페러그린은 그런 동생 보고 멘탈 깨져야 한다. 그럼 양치기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 양치기는 손을 뻗어 후작의 입을 막아 놓은 테이프를 떼어 냈다. 후작은 그러면 미칠 듯이 기쁠 줄 알았다. 그 사람에게서 관심을 받으면 짜릿하게 전율이 일 줄 알았다.

     정신을 차렸으니 망정이지 정신 없는 상태에선 양치기의 목소리 한 번 손길 한 번에 미칠 듯이 기쁘고 전율이 일었을 거란 말이잖아요? 벌써 질척질척한 떡씬 다 그려졌다...너무 보고 십다,,,,,,

     아무튼 코트에 대한 사랑으로 겨우 정신을 차린 후작님은 특유의 재치로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살아나고, 영주와 극적인 화해를 체결하며, 레이븐스 코트의 아름다운 드루실라에게 빚을 지운다. 코트 되찾아서 자신만만하고 오만하며 의뭉스러운, 오로지 카라바스만이 가지고 있는 원래 그 애티튜드로 돌아온 후작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 사내는 아주 멋진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 코트는 사내에게 딱 맞았고, 한밤중 축축이 젖은 거리의 색상이었다.

     그는 살짝 허리를 숙여 코끼리 영주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후작이 입고 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코트 덕분에 그의 인사는 더욱 시선을 끌고 돋보이며 완벽해 보였고 오로지 카라바스 후작만이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종류의 인사로 보였다. 그가 진짜 누구든 간에.

     멋진 코트 차림의 그는 작별 인사 한 마디 없이 불가사의하면서도 신경쓰이게 어둠 속으로 슬그머니 사라졌다.

     근데 만약에 후속작에 후작님이 나온다면 코트를 아예 없애버리지 않을까 싶음.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마치 크롤리가 상황이 절박해지자 흠집 하나 없이 애지중지 모셔온 벤틀리를 액셀도 막 밟고 다른 차도 막 들이받고 기어코 엔진 과열로 불까지 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근데 이미 외전에서 코트 없는 후작님 보여줬으니 또 코트 없애진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닐 게이먼의 후기 마지막 문단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존나 뽕차는 후기라고 진짜 뒤가 너무 궁금해지는 후기라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한 문장일 뿐인데 임팩트 오져 촛불을 밝히고 런던 지하 하수구를 첨벙거리며 넘나드는 후작님이 보이는 것 같다 흑흑 쉬발 후작님 보고 시퍼ㅠㅠㅠㅠㅠ~~!~!~~~!~!~!~~~!!!!

      나는 원래 속편을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버웨어>> 속 세상은 내가 언젠가 다시금 다루고 싶은 세상이다. 니컬러스 바턴의 <<런던의 흐르다가 없어진 강들>>이란 책에서 언젠가 나는 하수구에서 놋쇠 침대가 하나 발견되었다는 글을 읽었다. 지금까지도 그 침대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떻게 그곳에 있게 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카라바스 후작은 알 것이라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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