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블로그에 한 그루의 카라바스 후작님 글을 심겠다.

  그냥 혼자 생각하다가 두 가지 정도 의문이 떠올랐다. 첫째는 카라바스가 대체 뭘 믿고 죽은 거냐는 점이다.. 하수구 인간들이 시체 안 건져냈으면??? 아님 크룹이랑 밴더마가 협박했던 것처럼 사지 갈기갈기 조각조각냈으면 어쨌을 거냐고ㅠ 시체를 찾아야 베일리 영감님이 살려내든 하지 못 찾았으면은,,, 어쩔 뻔 했냐고요... 그 넓은 지하세계에서;;;

 그리고 둘째는 카라바스 후작님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었다. 일단 주요 인물들을 요약해보면,

- 리처드 메이휴 (주인공이고 시련을 통과, 결국 지상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지하의 모험을 찾아 되돌아옴.)
- 도어 (주인공이고 어떤 것이든 열 수 있는 능력을 가짐, 도어가 없으면 네버웨어 스토리 전개 불가, 최종 빌런을 해치움.)
- 헌터 (조연이고 런던 지하세계 첫째가는 사냥꾼, 경호원이자 배신자(반전), 괴수와 짧고 강렬한 전투 후 비장한 최후를 맞음.)
- 크룹 / 밴더마 (악당, 고용인, 작중 내내 도어를 위협하는 두려운 존재.)
- 이슬링턴 (작품의 반전 요소.)

 대충 이렇단 말이야. 나름 다들 역할이 확고하거든요. 하지만 후작님은 뭘 하셧단 말인가? 롤링당한 것으로 내 눈을 즐겁게 해준 것 외에?
 일단 지상에 있던 도어를 지하로 데려갔다(후작님 말고도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도움됨).
 도어의 집으로 가 일기장을 살펴봤다(이 여정을 덫으로 이끈 가짜 일기장이었음. 도움안됨. 와중에 포티코 경의 금 회중시계랑 흑요석상 훔쳐감 인성;).
 경호원을 뽑았다(사실 이미 이슬링턴이랑 계약 맺은 헌터가 고용되는 건 능력으로 볼 때 기정사실이었으므로 도어 신변에 도움이 안됨).
 얼스코트로 갔다(얼스코트 지하철 타서 앤젤루스 정보도 얻고 했으니 이건 나름 도움이 됐다지만 중간에 자기는 내쫓김. 결국 도어랑 리처드가 알아서 앤젤루스 찾고 이슬링턴 만나고 옴).
 최종빌런을 알아냈다 >> 이게 문제야 카라바스 후작님이 죽기까지 하면서 일단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아내긴 했거든요? 근데 혼자 알면 뭐합니까,,, 이미 도어는 잡혀갔는걸,,,헌터는 죽고,, 기껏 얻은 정보 제때 쓰지도 못하고 목숨이 너무 아깝지 않냐ㅠ. 최종 빌런 물리친 것도 도어가 혼자 다 알아서 함.
 생각해보면 후작님이 도어한테 도움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고생을 많이 했긴 했는데 정작 도움은 별로 안됐다는 사실이다. 마치 멋진 징조들에서 11년 전부터 종말 막으려고 난리쳤던 악마랑 천사는 종말에 별 영향 못 미치고 결국 아담이랑 놈들이 다 해낸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튼 그렇다고..은근 허당 후작님 보고 싶다고 아 잠온다 그만 씀